희수의 삶

육군 5기갑여단 하사,
전차조종수, 트랜스젠더 여성,
그리고 변희수

“저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꿈을 이루어내는 그 과정이 늘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줄곧 마음 깊이 가지고 있었던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한 마음을 줄곧 억누르고 또 억눌렀습니다.”
2020년 1월 22일 기자회견 중 변희수 하사의 발언

변희수 하사의 꿈은 군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2017년 삼계고(부사관특성화고)를 졸업하고, 같은 해 부사관으로 임관되어, 대한민국 육군 하사로 복무하였습니다. 동시에 트랜스 여성으로 정체화하여, 군 복무 중 성별정정을 신청하였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했습니다. 스스로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곧 전례 없는 싸움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거울도 보기 힘들었었고, 씻을 때도 불끄고 씻을 정도로, 군인이 되려면 진짜 이걸 극복해야 한다. 억누르고 있었던 거죠. 억누르다보니까 어느 정도는 버틸 수가 있었어요. 그 이상은 버틸 수가 없더라고요. ... 군에서 계속 복무를 하기 위해서 저는 성별정정을 했지 그 이상의 목표는 없었습니다.”
2021년 4월13일 MBC PD수첩 <변희수 그녀에 대한 오해> 인터뷰 중에서

2019년, 그녀는 해외에서 성확정 수술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군에서 계속 복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군은 그녀를 ‘심신장애 3급’으로 판정하여 강제 전역시켰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 구제 결정도, 전역처분 취소 인사소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여성 군인’으로 복무할 수 없다는 일방적인 통보는 변희수 하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변희수 하사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육군의 전역처분이 위법하다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싸움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다시 군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굳게 다잡았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느라 병원에 왔다 갔다 했는데, 얼마 전부터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이제 일자리를 구해보려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을 잘 안 뽑아요. 군인연금 대상이 아니어서 빨리 돈을 벌어야 해요.”
2020년 3월 20일 한겨레 인터뷰 중 발언

하지만, ‘트랜스젠더’ 변희수가 마주한 현실은 쉽지 않았습니다. 안정적인 생계가 무너졌고,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취업할 수가 없었으며, 반복된 좌절을 경험하며 사회로부터 고립되었습니다. 제도 밖에 놓인 현실은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와 고통을 주었습니다. 

더이상 군인으로 살 수 없었고, 트랜스젠더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버티다, 변희수 하사는 2021년 2월 27일 세상을 먼저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 육군의 전역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났고, 우여곡절 끝에 순직도 인정받아 2024년 6월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습니다.

무너진 일상은 ‘성별정정’이라는 행정 절차 하나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변희수 하사가 겪었던 일상의 어려움은 비단 그녀만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존엄마저 위협받는 현실은 여전히 계속 되고 있습니다.

“당신은 왜 존재하나요?”, “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죠?”

우리 사회가 트랜스젠더에게 묻는 질문은 너무도 차별적이며 폭력적입니다. 변희수 하사는 무수히 받았을 이 질문에 침묵하지 않았고, ‘존재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저항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변희수 하사의 투쟁은 절대 지울 수 없는,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위해 싸운 한 사람의 이야기 입니다. 그녀가 남긴 발자국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싸울 겁니다.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를 쟁취하고, 차별 없는 군을 만들기 위해서 기갑부대의 모토인 ‘기갑 선봉’답게 선봉에 나가서 싸울 거예요.”
2020년 3월 20일 한겨레 인터뷰 중 발언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 

Byun Huisu Foundation 

공동대표 : 임태훈, 정민석 

운영위원장 : 이은실 

주소: (우: 04057)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촌로14길 20 (노고산동 54-64) 태인빌딩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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