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취지문

故 변희수 하사는 대한민국 육군 부사관으로 복무하던 중,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2020년 1월 강제 전역 처분을 받았습니다. 부당한 조치에 맞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법적·제도적 대응에 나섰지만 안타깝게도 2021년 2월 27일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가 얼마나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 어려운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남았습니다.


변희수 하사가 떠난 뒤로도 우리는 그녀의 남은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2021년 10월 7일, 대전지방법원은 육군의 강제 전역 처분이 위법하여 취소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육군은 법무부의 항소포기지휘에 따라 항소하지 않았으나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순직 인정 권고를 무시하고 변희수 하사를 일반사망자로 분류했습니다. 국방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순직 재심사 권고를 받고도 1년 이상 심의를 미뤄왔습니다. 법원이 위법하다고 판시한 강제 전역 처분의 책임을 우회적으로 부정한 처사입니다.


그리고 2024년 3월 29일, 마침내 국방부가 변희수 하사를 순직자로 인정했습니다. 당연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무려 3년 1개월의 시간이 걸렸지만, 국방부와 육군의 비겁함도 트랜스젠더 군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했던 그녀의 용기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다시 변희수 하사가 떠난 자리에서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짚어봅니다.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2021,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85.2%가 최근 1년간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었고, 57.1%가 본인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직장 지원을 포기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의료기관에 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방문을 포기했다는 답변 또한 27.9%에 달했습니다. 트랜스젠더의 일상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수많은 변희수가 무언가 포기해야 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이제 우리는 변희수 하사가 바랐던 차별 없는 세상을 열어가기로 다짐합니다. 그녀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원해 왔던 군인권센터와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은 변희수재단을 설립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재단을 통해 추모 활동을 지속하는 한편, 변희수 하사와 같이 차별과 낙인으로 심리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트랜스젠더들이 차별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시민들과 함께 트랜스젠더의 평등하고 안전한 일상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변희수재단은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이 원하는 성별정체성대로 살아가며 의료·노동·주거·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지속할 수 있는 추모와 삶의 이야기가 가득한 공간을 구축하고, 트랜스젠더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여, 이들이 외롭고, 고립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우리는 변희수의 용기를 기억합니다. 그 용기가 누군가에게 희망으로 닿길 바랍니다. “혼자만의 싸움으론 안 될지 몰라도 누군가가 나와야 인권 신장이 되고, 그래야 트랜스젠더들도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다”라며 앞장서 싸웠던 변희수 하사의 외침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단법인 변희수재단이 그 용기를 이어 그녀가 꿈꿨던 세상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2024년 4월 23일

사단법인 변희수재단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 

Byun Huisu Foundation 

공동대표 : 임태훈, 정민석 

운영위원장 : 이은실 

주소: (우: 04057)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촌로14길 20 (노고산동 54-64) 태인빌딩 4층 

전화: 02-323-0227

이메일: bhsf0227@gmail.com